한여름에도 한결같이 긴 바지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유독 다리를 드러내는 것을 자신 없어 하는 이들 중에는 정맥류를 가진 사람이 많다. 정맥류는 어떠한 원인으로 정맥 혈류가 떨어져 혈관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것으로 대부분 다리에 많이 나타나며, 이를 하지정맥류라고 말한다.
하지정맥류는 40대 이상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스타킹으로도 감추기 힘들어 한여름에도 반바지나 치마 입는 것을 주저하고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가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 검푸른 핏줄이 튀어나온 것이 보기에 흉해 자신 있게 다리를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는 유발 요인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유전적 원인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직업, 호르몬 변화, 비만, 임신, 간 경화나 심장병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문제의 혈관을 굳히는 경화제를 주사하는 것으로 망가진 혈관을 굳혔다가 서서히 몸 속으로 흡수시키는 혈관경화요법이 대표적이다.
만약 지름 4㎜ 이상의 굵은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로 정맥류가 심하면 레이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치료는 국소 마취한 후 정맥을 오그라뜨리는 주사를 놓고 아주 작은 피부 절개 구멍을 통해 보기 싫은 정맥만 레이저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장시간 서 있거나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등 다리에 부담이 가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1~2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주고 간단한 맨손체조를 하면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 또 5분 정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발목 돌리기를 해주면 다리로 향하는 압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곳에 두고 잠을 자면서 낮 동안 다리로 쏠린 혈액이 다시 원활히 순환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다. 만약 하지정맥류가 생길 우려가 큰, 오래 서서 작업하는 직업군에 종사하거나 임신한 여성은 압박 스타킹으로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준규<의학전문기자ㆍ보건학 박사>jk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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